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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상한 세계와 그 사이, C와 B의 마지막 대화 본문
C: 아까 그 남자 왜 거절했어? 좋은 사람 같던데. 거절도 왜 그렇게 예의차려서 거절한거야?
B: 내가 아는 사람 중에 '앞으로도 널 좋아할 일이 없다'라는 표현을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. 나도 따라해봤어. 좋은 사람이지. 여자들이 참 좋아할 것 같아. 그런데 나한테는 아닌 걸 어쩌겠어.
C: 아직 그 사람 좋아한다는 거 거짓말이지? 그럴 리가 없어.
B: 하하, 마음대로 생각해. 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싶은 대로 보던데? 어쨌든 저 사람은 앞으로도 내가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야.
C: 여기서 영상과 소리, 만화경으로 사람들을 유도하고 조종하면서 난 많은 걸 봐왔어. 너의 마음도 어떤지 알 수 있다고. 사람들이 생각보다 어리석은 게 뭔지 알아? 보이는 영상을 생각보다 그대로 받아들이고, 들리는 소리를 생각보다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거야.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한테 전달하면서 유도와 조종이 시작되는 거지. 이러니 내가 신이 된 기분을 안 느끼고 배기겠어? 그렇게 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할 때 많은 걸 알 수 있다고.
B: 그것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걸 잘하는 사람들한테 가능한 거 아냐?
C: 자기 생활과 일만 생각하기도 바쁜데 그런 유도에 사람들이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진 않지. 그러니 대다수가 아무 생각없이 조종되는 거야.
B: 나의 세계에 너와 비슷한 역할인 사람이 있어. 사이비 종교 교주. 교인들은 신기하게도 교주가 나쁜 말하는 것에 벌벌 떨고, 좋은 말하는 것에 환호해. 일반 종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사이비 종교를 말하는 거야. 말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을 조종하기까지 해. 필요하면 어떤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여러 명의 사람들을 동원하지. 너가 영상과 소리, 만화경으로 사람들을 유도하는 것과 사이비 종교 교주의 차이는 뭐지?
C: 글쎄 처음 생각해보는 개념인데. 넌 확실히 다른 세계 사람이야. 이상한 세계에서는 이게 당연하다고. 저 남자 거절했으니까 다른 남자로 세팅해볼게. 어때? 더 잘생기고 더 부자에 더 키 크고 더 성격 좋고....
B: 말이 안 통하는군. 아까 뭐 들었어?
C: 듣긴 들었는데..너도 좋은 사람보면 생각 바뀔 거라니까.
B: 넌 확실히 이상한 세계 사람이야. 사람이 말하는 걸 듣지 않고 자신의 이상만 강요하는 걸 보면. 난 이상한 세계는 오래 못 있겠다. 잘 가.
